[다산 칼럼] '제왕적 대통령' 폐해 막으려면

입력 2018-01-15 18:03  

민간기업에도 미치는 대통령 인사권 제한하고
검찰총장 등 법령으로 정해진 자리 임기 보장
인사제도 혁신해야 국정운영 효율성도 기대

최종찬 <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전 건설교통부 장관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의원내각제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커 별로 지지를 못 받는 것 같고 이원집정부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원집정부제는 행정부 권한을 나눠 외교·국방 등은 대통령이 맡고 경제·복지 등은 국무총리가 맡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외치(外治)와 내치(內治)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보다 내치를 맡는 국무총리 권한이 더 큰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모든 권력은 인사권에서 나온다. 즉,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정운영의 효율성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행정부 인사권은 과도하게 청와대에 집중돼 있다. 장관, 차관, 공기업, 정부 산하 기관장 인사는 물론 각 부처의 국장급 이상 간부, 공기업 감사·이사 인사까지 청와대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는 정부가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KT, 포스코 등 민간 기업과 한국무역협회 등 민간단체 기관장 인사까지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전에 무역협회장이 임기를 몇 달 앞두고 물러나면서 자의로 물러남이 아님을 밝힌 바도 있다.

정부 관련 인사권의 청와대 집중 폐해는 매우 크다. 전체 공직사회가 인사 때마다 청와대를 쳐다본다. 일반적으로 각 부처 공무원은 장관, 차관에게 인정받으며 승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청와대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게 될 경우 열심히 일해서 직속상관에게 인정받는 일 못지않게 청와대에 로비하는 일도 중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간기업도 공무원에게 로비하려면 청와대에 접근한다.

대통령 인사권이라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청와대 비서관 권한이다. 대통령 권한을 빙자해 비서관들이 기관장보다 인사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장관, 공기업 사장보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인사를 더 잘할 리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막고 공직사회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를 국정운영에 관련된 중요한 보직으로 제한해야 한다. 예컨대 각 부처의 장관, 차관, 국세청장, 검찰총장 등 중요한 기관장, 한국은행 총재,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장, 코레일, 인천공항공사 등 대형 공기업 사장 등을 법령으로 제한해 대통령이 직접 임명토록 한다. 공기업 장의 경우 차제에 무늬만 갖춘 인사추천위원회 제도는 없애야 한다. 실제 공정한 인사 추천도 아니면서 불신만 초래하는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 이외에는 인사권을 총리나 각 부 장관 또는 공기업 기관장에게 줘야 한다. 인사검증 업무는 총리실이 맡아 청와대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청와대 관여 없이 각 부 장관이 책임지고 신속하게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 등 법령으로 임기가 정해진 자리는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지키지 않을 법령은 현실에 맞게 개정하거나 아니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대통령이 임기 중 함부로 해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자리의 보직기간을 가급적 길게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임기가 10년이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인사권을 장관이나 기관장에게 주더라도 대통령이 지시할 경우 현실적으로 거절할 수 없어 이 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대통령이 권한 외에 인사 관여를 할 경우 직권남용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 관여가 탄핵 사유가 된다면 대통령이라도 함부로 못할 것이다. 미국은 금융소비자보호국 국장 대행 자리를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과 전임 국장이 지명한 사람 간에 서로 자기가 적임자라는 소송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통령이라도 무소불위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도 사라질 것이다.

최종찬 <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전 건설교통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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